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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 윤태호 남을 파악한다는 게 결국 자기 생각 투사하는 거라고. 그러다 자기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는거야. 선물을 주거나 윽박지르거나 힘겨루기를 해서 얻은게 아냐.상대도 나만큼은 머리가 있는 거고, 두려움이 있는 거고, 욕심이 있고, 의심이 있지.그걸 하나하나 풀어내는 거야. 나도 당신과 같습니다~ 하면서.그렇게 마음을 툭 열고 대화하면 언젠가 서로 맞닿는 지점이 생기는 거지.억지로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너는 지금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받지 못할 방법만 쓰고 있는 거야. '강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고 이름을 붙여 팔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수많은 수험생과 직장인들이 몇 배는 비싼 이 사과를 샀던 것이다. 2013. 6. 5.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한강 산문집 이토록 애써서 하는 일들에 결국은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 성당의 완성을 보지 못한다'는 말.파비앙의 말이다. (아르헨티나 시인)"하나의 성당이 완성되려면 삼사백년씩 걸렸던 성당들 말이야. 거기 하나하나 벽돌을 놓던 인부들...그들은 결코 그들의 생애에 성당의 완성을 보지 못했지." "나는 내 삶이 세월과 함께 단계적으로 나아져왔다고 생각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것이 그 전보다 나았고, 이혼한 것이 결혼생활보다 나았고, 그 뒤로 그 시인과의 관계, 그 관계의 청산까지, 나는 조금씩 더 강해져왔어. 비록 나는 지금 이렇게 늙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내가 매우 강하다고 느껴."에란디스는 잠시 말을 멈췄다."왜냐면, 거짓말은 사람을 약하게 하니까. 마치 충치처럼.. 2013. 6. 5.
[3/13-3/26] 이청운 기획展 - 봄이 오는 길목 http://www.araart.co.kr/2183 나의 그림 나의 화두이청운 막걸리 한 양쟁이 마시고 나니내가 사는 시대는 없어졌다. 초고속 디지털 문화뉴타운시대슈퍼 물질 세상에 와있다. 쓰러져 가는 것들은 하잘 것 없고아름답다. 도시의 뒷골목은 불이 꺼지고산동네에는 달이 숨었다.변두리와 선창가, 공장지대는폐허와 적막함에사람들은 떠나 버렸다. 나는 여행자가 되어그들이 버리고 떠난 자리에 서서영혼의 메시지를 찾아 가슴으로 만나고 있다. 그들의 힘과 열정그들의 땀과 피눈물을그들의 꿈과 사랑을 나는 한 주움의 물감으로그네들의 애환을 기록하리.그리하여 나는 즐거웠고 행복하였노라. 그 한 주움의 물감이 바로 봄을 오게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기록하는 사람, 잊지 않는 사람. 그래서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2013. 3. 23.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가장 높고 싶은 곳에 사는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2013.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