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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2

구월의 이틀 - 장정일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온 곳으로 되돌아가는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을 뻗어 나는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손 안에서 부서져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2015. 9. 20.
충남 당진 여자 - 장정일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 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충남 당진여자 나의 소원은 처음 잔 여자와 결혼하는 것 평생 나의 소원은 처음 안은 여자와 평생 동안 사는 것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처음 입술 비빈 여자와 공들여 아이를 낳고 처음 입술 비빈 여자가 내 팔뚝에 안겨 주는 첫딸 이름을 지어 주는 것 그것이 내 평생 동안의 나의 소원 그러나 너는 달아나 버렸지 나는 질 나쁜 여자예요 택시를 타고 달아나 버렸지 나를 찾지 마세요 노란 택시를 타고 사라져 버렸지 빨개진 눈으로 뒤꽁무니에 달린 택시 번호라도 외워 둘 걸 그랬다 어디에 숨었니 충남 .. 2012.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