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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시14

[3/13-3/26] 이청운 기획展 - 봄이 오는 길목 http://www.araart.co.kr/2183 나의 그림 나의 화두이청운 막걸리 한 양쟁이 마시고 나니내가 사는 시대는 없어졌다. 초고속 디지털 문화뉴타운시대슈퍼 물질 세상에 와있다. 쓰러져 가는 것들은 하잘 것 없고아름답다. 도시의 뒷골목은 불이 꺼지고산동네에는 달이 숨었다.변두리와 선창가, 공장지대는폐허와 적막함에사람들은 떠나 버렸다. 나는 여행자가 되어그들이 버리고 떠난 자리에 서서영혼의 메시지를 찾아 가슴으로 만나고 있다. 그들의 힘과 열정그들의 땀과 피눈물을그들의 꿈과 사랑을 나는 한 주움의 물감으로그네들의 애환을 기록하리.그리하여 나는 즐거웠고 행복하였노라. 그 한 주움의 물감이 바로 봄을 오게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기록하는 사람, 잊지 않는 사람. 그래서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2013. 3. 23.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산가장 높고 싶은 곳에 사는께로족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희박한 공기는 열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고발길에 떨어지는 돌들이 아찔한 벼랑을 구르며태초의 정적을 깨뜨리는 칠흑 같은 밤의 고원 어둠이 이토록 무겁고 두텁고 무서운 것이었던가추위와 탈진으로 주저앉아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때 신기루인가멀리 만년설 봉우리 사이로희미한 불빛 하나 산 것이다 어둠 속에 길을 잃은 우리를 부르는께로족 청년의 호롱불 하나 이렇게 어둠이 크고 깊은 설산의 밤일지라도빛은 저 작고 희미한 등불 하나로 충분했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세계 속에는 어둠이 이해할 수 없는.. 2013. 3. 21.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산문집 얼마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빌릴까 생각하던 도중 생각난 작가 한강. 이분의 소설은 세편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왠지 마음에 오래 남은 울림이 있어서 어떤 사람일까 참 궁금했는데 마침 산문집이 있더라. 집어들고 나오는데, 대출담당 직원분이 친절한 얼굴로 이 책엔 씨디도 같이 있다며 찾아서 건네주셨다. 작가 한강이 읊조린 노래의 소박함과 순수함 뒤에 숨어 있는 예술의 열정을 될 수 있으면 손상시키지 않게 애쓴, 행복한 작업이었다는 작곡가 한정림씨. 제일 좋았던 곡은 작가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잘 자라 우리 아기착하게 잘 자라달도 자고 별도 자고집도 자고 길도 자고 엄마는 네 곁에언제나 있단다아침이 올 때까지좋은 꿈속에 잘 자라 우리 아기예쁘게 잘 자라달도 자고 별도 자고집도 자고 길도 자.. 2013. 3. 12.
이런 시 - 이상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놓고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짝이없는큰길가더라.그날밤엔 한소내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나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도다.「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1933년 2013.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