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 쥘리앵1 완벽한 아이 - 모드 쥘리앵 어머니는 내가 펜으로 굵은 선과 가는 선을 다 잘 긋는지 지켜보다가 조금만 잉크가 번져도 마구 화를 냈다. 아예 내가 써놓은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게 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어떻게 해야 눈물을 참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잉크는 금방 번지고, 그러면 어머니는 더욱 짜증을 냈다. 쓰기 수업이 끝나면 나는 잉크 범벅이 되어 시커매진 손으로 방을 나서곤 했다. 어머니 눈에 나는 음흉한 아이, 바닥 없는 우물처럼 사악한 생각이 가득한 아이다. 글을 쓰면서 일부러 얼룩을 만들고, 식탁 유리도 일부러 금가게 한다. 발을 헛디디는 것도, 정원에서 풀을 뽑다가 살갗이 벗져기는 것도 일부러 하는 짓이다. 나는 일부러 넘어지고, 일부러 긁힌다. 밥 먹듯이 속이는 '협잡꾼'에, 뭐든 늘 거짓으.. 2023. 5.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