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서 거슈윈 같은 곡을 쓰라고 p.58

번슈타인이 만든 상상의 대화를 통해서 거쉰의 여러 '히트곡'들에 대한 그의 견해와 더불어 왜 본인의 곡은 '히트곡'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 재미있게 담겨있는 글이었다. 
(거슈윈의 음악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이렇다 - 가락이 아름답다. 하지만 클래식 작품에 있어야할 필연성이 없다. 작품다운 구성도 없다. 그치만 떠받들 정도로 좋아한다.) 그래서 내 공연은 인기도 많고 잘됐는데 왜 히트곡이 없을까? 

<뉴욕 타임스> 기고

캘리포니아 어퍼 더빙 p.70

<워터프론트>라는 영화의 음악을 맡아 후반의 편집과 사운드 조율 과정에서 겪은 사건(?)들을 재미있게 적은 기고문.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낄낄대면서 읽게 되는 위트있는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워터프론트>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돼버린다. 

더보기

어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캘리포니아 어퍼 더빙은 실은 행정 구역이 아니라 컬럼비아 영화사 스튜디오에 있는 사운드 부 빌딩 3층의 커다란 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리와 영상이 만나 균형을 이루는 방, 바로 이곳 어퍼 더빙에서 다양한 음향 트랙을 통합하고 조정하여 극장에서 수백만 관객의 귀에 가닿을 최종 음향 복합체를 구성한다. 쉽게 말해 대사 트랙, 음악 트랙, 음향효과 트랙을 영상에 '입히는' 작업이다. 방을 들어서면 법정을 떠올리는 책상 형태의 거대한 기계가 있고 구역을 셋으로 나눠 품위 있고 능력 있는 남자 셋이 각각 앉아서 일련의 다이얼과 버튼을 조작한다. 만화에나 등장할 법한 미친 과학자의 장비도 울고 갈 기계다. 이들 세 명의 마법사 중 우두머리인 딕 올슨은 천재 중의 천재로, 훌륭한 실력은 물론 터무니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불가해할 만큼 침착함을 유지하는 성격은 칭송 받아 마땅한다. 오른과 두 단원은 벽을 가득 메운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스크린 뒤에는 스테레오와 모노럴 타입의 거대한 앰프가 설치되어 있다.

 작가들은 작곡가를 보면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한다. "이런 오선지 어디에 점과 선을 그려 넣으면 되는지 어떻게 아세요? 그게 어떤 소리를 내는지 대체 어떻게 아는 거죠? 점을 이렇게 찍으면 사람들이 감동하고, 저렇게 찍으면 빛나는 고요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그러한 압도적인 존경심을 나는 딕 올슨의 마술 앞에서 느낀다. 올슨 일당이 구사하는 마법은 -일단 내가 보기에는- 음악가의 그것보다도 사악하고 신비로우며, 매우 특별하고도 혼란스러운 주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 같다. 예컨대 올슨은 관객에게 대도시의 자동차 소음을 무의식적으로 들려주는 동시에 크고 텅 빈 교회 안으로 밀려드는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를 자동차 소음보다 '크게'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 주위를 맴도는 아이의 자전거 페달 소리가 간간이 끼어드는 가운데 어쩌다 길을 잃고 교회에 들어선 두 인물의 대사가 들려야 한다. 대사는 단어 하나라도 애매해서는 안 되며 동굴 같은 공간 특성을 반영해 희미한 반향이 일어나야만 한다. 더구나 지금 이 화면에 어떤 배경음악이 들어갈지 작곡가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누가 보아도 모순적인 이런 주문은 올슨 뒤쪽의 안락의자에서 나온다. 의자에는 제작자, 감독, 작곡가, 책임 편집 기사, 음악 편집 기사 등 영상에 음향을 입히는 작업에는 다들 도가 텄지만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법에는 상이한 입장을 지녔으며 자기 입장을 관철하는 데 강박에 가까운 바람을 품고 있는 인물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이성적으로 추측하자면 올슨이 자리에서 즉시 비명을 지르고 정신병원에 실려 가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잠자코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윽고 조용히 손을 들어 복잡하기 짝이 없는 다이얼과 스위치 버튼의 미궁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중 몇 십 개를 돌리고 올리고 눌러 3분만에 상충하는 요소를 혼합하여 모든 관계자가 만족하는 마법의 수프를 만들어 낸다.

 문제의 영상은 S.P. 이글 제작, 엘리아 카잔 감독, 컬럼비아 영화사 배급의 <워터프론트>다. (그 이상은 나도 모른다. 제목에 나와 있는 대로 적었을 뿐, 나는 이 영화의 배경음악을 맡은 작곡가에 불과하다.) 영화의 러프컷을 처음 보았을 때 난 이 작품이 연출에 의한 걸작이라고 생각했고 말론 브랜도의 연기도 이제껏 본 것 중의 최고였다. 영화음악을 써달라는 의뢰를 수락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 전까지는 귀에 잘 들리지 않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 음악은 음악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작업이라는 생각에 모두 거절해온 참이었다. 최고의 영화음악은 들리지 않는 음악, 적어도 관객이 의식적으로 듣게 되지 않는 음악이라고들 한다. 음악이 잘 들리면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되지 문제가 있단다. 그래서야 '배경'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곡가에게는 실로 끌리지 않는 분야다. 하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밀려드는 감동에 그런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눈앞에 이미 음악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했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예술성은 내가 늘 갖고 싶어 하고 늘 함께하고 싶어 한 그런 종류의 예술성이었다. 그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부분적으로 본 것까지 합쳐 작품을 쉰 번은 족히 보았고 매번 똑같이 반응했다. 날이면 날마다 영사기 앞에 앉아 필름을 앞뒤로 돌려 가면서 음악을 넣고 싶은 시퀀스를 피트 단위로 계산하고 그 길이를 시간으로 바꾸며 내 나름대로 큐시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번 똑같은 대사에 눈물을 흘리고 똑같은 몸짓에 키득거렸다. 곡을 쓰고 편곡하고 녹음하는 내내 그랬다. 하지만 어퍼 더빙에서는 울지 않았다. 키득거리지도 않았다. 어퍼 더빙은 그럴 수 없는 곳이다.

 대개 작곡가는 녹음 단계까지만 관여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더빙 작업을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할리우드 농담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작곡가는 녹음 단계에서 자기 작품을 많이 들어 두어야 한단다. 다시는 못 듣게 될 거라나.) 음향실에 출입하게 된 나는 싸움 비슷한 것도 일으켜 보았다. 그 단계에 이르니 음악의 소소한 부분까지 놓칠 수가 없게 된 나머지 내 음악을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음악이야말로 가장 중요하지 '않은'요소라고, 음악이 대사를 덮어 버리면 대혀아고지만 대사가 음악 한 마디를 완전히 지워버린다고 해서 영화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고 혼자 되새겨야만 했다. 최면을 걸듯 이 별것  아닌 원칙을 거듭거듭 떠올렸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 아름다운 Gb음만은 지우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장면의 정서가 감독의 '특별한' 의도와는 달리 '평범'해지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 음악을 통째로 들어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고 때로는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음악을 몇 초간 완전히 죽였다가 다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애초에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구성으로 써달라고 했던 곡인데도 종결부 앞 일곱 마디를 들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작곡가에게는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상황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워터프론트>에는 말주변 없는 남자 주인공과 내성적인 여자 주인공이 지붕 위에서 비둘기들에 둘러싸여 수줍게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 대사도 절제되어 있고 카잔의 특기대로 대사와 대사 사이에 여백이 많다. 작곡가가 끼어들기에 가장 알맞은 대목이다 .그래서 나의 제안은, 처음엔 수줍어하다가 이윽고 '트리스탄적'으로 점차 커지면서 맨 마지막에 대사가 약간 묻히더라도 그 장면과 화면을 뒤덮으며 클라이맥스에 이르게 하는 사랑 노래를 쓰겠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마지막 대사는 이랬다.

"맥주 한 잔 할까요?"

(매우 뜸을 들이다가)

"아, 응."

 이 장면에서는 음악이 이야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 제안에 카잔 이하 동료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여고 내가 첫 음을 쓰기도 전에 그렇게 하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곡을 쓰고 편곡하고 녹음했다. 

 그런데 이윽고 어퍼 더빙에 들어가을 때 카잔은 브랜도가 마지막에 내뱉는 그 성스럽기 그지없는 대사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감독에게는 그 대사가 남자 배우의 그 어떤 대사보다도 가장 감동적인 음절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제가 점점 상승하고 현악기, 목관악기에 금관악기와 퍼커션까지 합류해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솟는 순간 저 전능한 다이얼이 돌아가며 느릿한 '디미누엔도'로 페이드아웃. 음악적으로는 당연히 우스꽝스럽다. 마지막의 '아,응'을 살리겠다고 영화음악의 긴장감을 죽이다니, 가련한 작곡가의 영혼에서도 똑같이 '아,응'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어퍼 더빙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음악, 대사('아,응'도 포함), 음향효과, 영상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 장렬하게 충돌하며 아우성칠 때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미리 알 수는 없으므로.

 그래서 작곡가는 그 자리에 최대한 반항적인 태도로 앉아 있다가 끝내는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이 쪼개지는 아픔을 받아들인다. 모두가 작곡가를 달래 본다. "나중에 모음곡에 넣으면 되잖소." 달갑지 않은 위로다. 작곡가는 멍하게 중얼거린다. '영화가 산다잖아.'

 결국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옳다. 중요한 것은 영화 전체다. 작곡가는 작곡가로서가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작품을 보아야만 한다. 그러고 나면 여러 면에서 만족이 찾아온다. 자기 음악이 작품 톤을 고르게 맞춰 주고, 화면에 연속성을 부여하고, 대사나 액션만으로는 뚜렷이 드러낼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등 작품을 받쳐 주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영상에 적절하게 녹아진 음악은 음악 특유의 따뜻한 숨결로 작품을 가득 채운다. 반면, 음악을 남발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 자식 같은 한마디를 들어내야만 할 때의 아픔이란! 오오, 그 한 마디 지켜내려는 작곡가들의 분투란!

 그러는 동안에도 미로 같은 다이얼 앞에 앉은 딕 올슨과 그의 조수들은 안락의자 양반들이 합의를 볼 때까지 잠자코 기다린다. 언젠가 유난히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우리는 15분간 캐치볼을 하며 머리를 식혔다. (물론 해리 콘의 5,000달러짜리 스크린을 건드리지 않게 무척 조심했다.) 그 뒤 우리는 의외로 쉽게 합의를 보았다.

 

(1954년 5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p. 79

옴니버스 강연 대본집. 베토벤은 악보에 최종 버전을 써넣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수정을 여러 번 한 작곡가로 유명하다. 
이 강연은 <운명 교향곡>의 1악장이 될 뻔한, 하지만 결국엔 폐기된 후보들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https://www.youtube.com/watch?v=mu2HJerMp8A

완벽을 갈구하며 오직 '필연성'이라는 원리에 복종하여 모든 것을 살피고 기각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요? 다른 사람은 물론 그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유에서, 자기가 가진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바쳐 어떤 음 뒤에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어떤 음을 찾아내는 사람. 사람이 일생을 보내는 방법치고는 무척 특이하지만, 그가 그런 삶을 살았기에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 제대로 된 것이, 시종 제 법칙을 오롯이 따르는 것이, 우리가 믿음을 가질 수 있고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는 작품이 우리에게 남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재즈의 세계 p.105

https://www.youtube.com/watch?v=To5AcmNCHpg

재즈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내고, 때로는 옛 스타일을 되살리며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약동하고 모색하는 모든 예술은 분열을 거쳐 결국 발전합니다. 논쟁이 벌어지고 파벌이 형성도비니다. 회화 예술에서는 추상파와 구상파가, 시 예술에서 사상파와 초현실파가 서로 칼끝을 겨누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재즈 음악에서는 정통파와 혁신파가 일대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 혁신주의 예술가들은 반세기도 넘은 패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새로운 울림을 실험하고 옛날 재즈에는 쓰이지 않았던 새로운 음정을 사용하는 등 재즈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재즈를 늘 살아있는 음악, 흥미로운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즈, 화려한 과거에서 흥미진진한 미래로 나아가는, 현재형으로 약동하는 새로운 음악의 이름입니다.

 

올해 서재페 2026에서 경험한 트롬본 쇼티, 코리 헨리, 존 바티스트, 윤석철, 허비 행콕의 재즈는 많은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었으니, '쿨'한 '핫'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휘의 기술 p.135

https://www.youtube.com/watch?v=C_Eo0qYrugY

 

 

미국의 뮤지컬 코미디 p.173

https://www.youtube.com/watch?v=ZF9E1XKWmcg

 

 

현대 음악으로의 초대 p.205

https://www.youtube.com/watch?v=JFj6Aq3YQr4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 p.255

 

그랜드 오페라의 찬란함 p.3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