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리라는 한 떨기의 꽃이 피워낸 향기가 깊은 위로가 된다.
그저 철없어야 했을 십대부터 너무나 고약한 방식으로 많은 것을 잃어온 당신이
불편한 일상을 유려한 글로 풀어내고, 해외 여행을 가고, 탱고를 추는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멋지다.
133
여태까지 그녀의 말은 주제도 목적도 없는 빈껍데기 같은 혼잣말이었지만, 내가 공감하고 그녀를 궁금해하자 대화의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155
수미씨의 분노가 다시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중략) 성치 못한 자식을 더 챙기고 희생해야지! 그게 진정한 부모의 역할 아니겠어요?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나는 수미씨의 올바름에 화가 났다. 그녀는 결핍을 모르는 사람이다.
"수미씨, 수미씨는 장애인 자식 없어봤잖아요. 그래본 적 없으면서 희생하지 않는다고 헐뜯을 자격 있어요?"
(중략)
"모든 사람이 부모를 존경하진 않아요. 또 존경할 만한 부모 밑에서 태어날 수도 없고요. 세상에 수미씨 부모님 같은 분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편협한 사고예요."
(중략)
"내가 오만했어요. 난 그래본 적 없죠. 함부로 남을 재단해서는 안 됐는데..."
187
평온한 일상에 안도한다. 순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남의 불행을 자신과 비교하며 안도를 찾는 이들을 나는 얼마나 경멸했는가?
오래전 지인을 따라 방문한 어느 교회에서 목사를 나의 장애를 거론하며 말했다.
"하나님이 왜 장애인들 이 땅에 만드셨는지 아시나요? 그건 여러분께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해드리려는 주님의 안배입니다. 저들을 바라보며 건강한 육신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아시길 바랍니다."
강단 아래 100여 명의 신도들은 모두 "아멘"하고 대답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은 나뿐이었다. 나는 그날의 치욕을 잊지 못한다. 어느새 들이친 죄책감이 발목까지 고여들었다.
193 (할로윈 파티를 위해 이태원에 간다던 마사지 고객을 내심 한심하게 생각했던 그 다음날)
나는 내가 겪은 고통을, 희생을, 인내를, 모두가 겪길 바라는 졸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간절히 바란다. 밤새워 놀다 지친 그녀가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는 일요일이 되었기를.
238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비극을 양분으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 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려야지.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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