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음악들 혹은 개념
토모코 소비주 Tomoko Sauvage, 2017 <Musique Hydromantique> '바다의 그릇'bowls of ocean이라 부르는 물그릇 악기
앨빈 루시에 Elvin Lucier, 1990 <I am sitting in a room> 개념을 듣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
작곡가 에릭 그리스우드 Erik Griswold & 과학자 리베카 커닝햄 Rebecca Cunningham
아르보 패르트 Arvo Part
Soundmachines 사의 Brianterface
도나 이보니 라라의 노래 <나는 꿈꾸고 노래하려 태어났네Nasci Pra Sonhar e Cantar>
(남편픽 커피 땡기는 음악)
베를린의 장인 다비드 클라빈스David Klavins가 만든 피아노. 한 음을 내는 데 두세 줄이 쓰이는 현대 피아노와 달리 하나una의 줄corda만 쓰인다
미국의 음악가 테리 라일리Terry Riley <뉴 앨비언의 하프The Harp of New Albion>
서쪽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연주했다는, 뉴 앨비언New Albion의 하프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대부분 즉흥연주로 녹음한 앨범. 5이하 소수 조율법5-limit tuning 으로 조율한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많이 들었던 <Desafinado>라는 노래 제목의 뜻이 '음이 안 맞네'였다니!
Getz/Gilberto
류이치 사카모토가 2년에 걸쳐 남긴, 소리 일기장 <12>
'조빔과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숨결을 잇고 싶었다'던 Morelenbaum/Sakamoto <Casa>
루시드폴은 이 곡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주저없이 꼽을 것이라고
라 몬테 영La Monte Young <Composition 1960 #7> 두 음이 전부인 악보인데, 유투브에 검색해보면 온갖 버전의 연주가 있으며 길이도 천차만별이다. (애플뮤직에서 Stephanie McCallum 버전을 제일 처음 접하고 3초정도 뇌정지가 왔었다)
911과 윌리엄 바진스키William Basinski의 <해체 무한 루프The Disintegration Loops>
(남편의 1픽)
2001년 초가을, 윌리엄 바진스키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갓 완성한 곡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멀리 보이는 맨해튼에서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던 것이다. 9월 11일 아침이었다.
그는 그 장면을 캠코더로 담으며 아직 제목도 붙이지 못한 음악을 계속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는 그때 만들고 들었던 그 곡을 <해체 무한 루프> 시리즈로 발표했다. 멜로디가 녹음된 테이프 루프tape loop가 플레이어의 헤드를 긁을 때마다 테이프는 조금씩 닳았고, 그만큼 소리도 흐트러지고 낡아갔다. 그 모든 과정이 곧 음악이 되었다.
2001년 9월 11일 이전에 그 작품은 테러나 죽음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그날 히우, 그 곡은 새로운 의미를 '얻고', 전혀 다른 곡이 '되었다'. 이제 <해체 무한 루프>는 9.11 테러를 상징하는 음악이 되어, 10주기에는 뉴욕시립미술관에서 추모곡으로 연주되기도 했다.
-154.p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어요Eu Nao Existo Sem Voce>
실황 앨범 <톰, 비니시우스를 부르다Tom Canta Vinicius>
달빛이 있어 바다가 아름답듯 / 노래는 불러지므로 이유를 갖듯 / 비가 있어야 구름이 생기듯 / 시련이 있어 시인이 위대해지듯 / 사랑 없는 삶은 삶이 아니듯 / 내가 없으면 당신이 없고 /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어요
그리고, 루시드폴의 음악
빛photo으로 세상을 기록하고graphy 싶은 욕망은 머리 좋은 화학자들을 추동했고, 사람들은 기어이 빛을 붙드는 도구를 만들어냈다. 내가 스스로를 아직 화학자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석 장의 필터를 겹쳐 찍은 톨스토이의 컬러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여전히 선배 화학자들께 경외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 기분을 간직한 채 사진을 찍으면, 셔터를 누르는 손 끝으로 빛光을 느끼는感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카메라는 이미 전화기 속 세입자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셔터를 연사해 마음에 드는 순간만 골라낼 수도 있다. 그런 마당에 필름 카메라는 참 불편하고 무능하다. 너무 가까워도, 조금만 어두워도 피사체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 게다가, 너무 무겁다.
필름이 한번 카메라로 들어가면 제약은 더 심해진다. 날씨와 빛을 예상해 적당한 감도의 필름을 골라 넣는다 쳐도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참 곤혹스럽다. 노출이 잘못되거나 어이없는 잔실수 하나로 귀한 순간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너무나 강렬한 결과물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건 모든 게 완벽하고 안전한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결핍의 산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필름을 고르고,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묵직한 셔처를 누르고, 리와인드 레버를 돌려 필름을 꺼내, 시간을 묵혀두다가, 나만의 빛이 태어나는 순간을 기꺼이 기다린다.
-183p.
그런데 디지털 매체는 약속 이상으로는 절대 소리를 받지 않는다. 넘치는 소리는 '오류'가 된다. 0dBfS(decibel full scale)라는 결코 넘어선 안 되는 '담벼락'을 정해두고, 만일 소리가 그 담을 넘으면 여지없이 레드카드를 내미는 것이다.
테이프는 조금 넘친 듯 소리를 받아줄 때, 오히려 매력을 뽐낸다. 덤으로 얹은 소리가 테이프의 자석 알갱이를 포화saturation시키면, 그 소리가 더 기분 좋게 들리는 것이다. 테이프는 그렇게 극단적인 도그마를 강요하지 않는 세계에 속해 있다. 때론 부정확하고 예측 불가하지만, 여지가 있는 세계다.
'음악을 잘한다.'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음악을 잘한다는 건 뭘까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음악을 한다는 뜻 아닐까요."
디지털로 대체할 수 없는 세계가 테이프에 있다. 테이프의 열등함은 때론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함이 된다.
몇 년 전, 나는 흐느끼듯 '노래하는'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디지털 플러그인을 거쳐도 원하는 소리를 만들 수가 없었다. 그때, 아주 오래된 테이프 레코더가 떠올랐다. 너무 낡아서 전원을 켠 떄마다 조마조마한, 나이도 가늠할 수 없는 기계다.
이 녹음기는 심지어 스테레오도 아니다. '지는 앞만 봅니더.' 100Hz근방에 험hum 노이즈가 꽉 찬, 구수한 돌직구만 던지는 이 모노포닉monophonic 투수는, 비록 나이 탓에 구속은 느려졌지만 여전히 왼쪽 오른쪽 둘러보지 않고 오직 음상 音像 한가운데로 돌직구를 꽂아 넣는다.
이 레코더에는 출처도 모르는 적갈색 테이프가 끼워져 있었다. 나는 트로트가 녹음된 이 5인치 릴 테이프소리를 입히고 재생 속도를 낮춰서 틀어보았다. 그런데, 그토록 찾던 소리가 흘러나오는 거다. 그는 마치30년대 만요 漫謠 가수처럼 가냘프고 구성지게 노래했다. 완벽한 장비로는 만들 수 없던, 완벽한 노래였다.
-190p.
'읽기 > 밑줄 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0) | 2025.02.02 |
---|---|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 이연 (0) | 2025.01.11 |
자기 발견을 향한 피아노 연습 - Seymour Bernstein (0) | 2024.10.30 |
나는 유튜브로 영어를 배웠다 - 김영기(날라리데이브) (0) | 2024.09.25 |
양과 강철의 숲 - 미야시타 나츠 (0) | 2024.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