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he Moon 게임 후기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면 OST를 찾아서 1번 트랙부터 쭉 들어보곤 한다. 그럼 영화가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상영되는 느낌을 받는데, 투더문도 그랬다. 약 열두시간의 플레이를 마치고 OST를 쭉 듣는데... 

 

 스트링 피치카토가 나올 때는 에바와 닐의 만담-어떤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던-이 생각나서 피식 웃고, 

어떤 곡에서는 말타고 질주했던 플레이가 생각나고, 

 

심각한 음악에서는 감춰진 기억들을 드디어 보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 

전투 곡에서는 내가 닐이 되어 좀비 에바들을 처치(...)하려했던 긴박함도 느껴지고, 

처음으로 나오던 여성 보컬 곡에서는 조니의 기억에서 리버를 없애고 난 후의 복잡한 감정도 생각이 나고... 그랬다. 

 

 음악이 들어가고 빠지는 타이밍, 그리고 플레이어가 느낄 감정을 어김없이 캐치해서 끌어올려주고 어떤 때에는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나오던 음악의 다양한 스타일, 그리고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들을 강조하기 위해 평상시에 나오는 중립적 음악들과 그 중립적 음악과 감정적 음악을 배치하는 순서 등...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을 배울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었다.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지만 로라 시기하라가 부른 Everything's Alright이란 곡에 푹 빠져버렸다. 

https://youtu.be/Snl67XsI6Is?t=2021

동영상

To The Moon Soundtrack - Full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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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outube.com

 

Short steps, deep breath
Everything is alright
Chin up, I can't
Step into the spotlight
She said, "I'm sad,"
Somehow without any words
I just stood there
Searching for an answer

When this world is no more
The moon is all we'll see
I'll ask you to fly away with me
Until the stars all fall down
They empty from the sky
But I don't mind
If you're with me, then everything's alright

Why do my words
Always lose their meaning?
What I feel, what I say
There's such a rift between them
He said, "I can't
Really seem to read you. "
I just stood there
Never know what I should do

When this world is no more
The moon is all we'll see
I'll ask you to fly away with me
Until the stars all fall down
They empty from the sky
But I don't mind
If you're with me, then everything's alright
If you're with me, then everything's alright

 

 

 도대체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엄청 반복해서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1절과 2절의 verse는 조니와 리버 각각의 입장에서 자신의 힘든 마음을 노래한 것이라면, 후렴에서는 그 둘이 공통적으로 달에 대해서 노래하는 게 아닐까. 자기도 모르게 존재를 부정당한 채로 일생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이 되어 살아가야 했던 조니가 무의식 중에서라도 간직할 수 있었던 진짜 자신의 기억. 진짜 조니와 진짜 리버의 마음이 맞닿는 지점이 바로 달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상상하면서 들으니 음악이 또 다르게 들렸다. 아마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음악만 들었다면 무난한 가사의 평범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음악 자체의 힘도 크지만 이야기가 결합되었을 때의 음악은 또 다른 형태의 감동을 준다. 결국 어떤 도구로 표현하느냐보다 선행되는 것은 무엇을 표현하느냐-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

 하지만 또 반대로 그 본질을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하기 위해서 갈고 닦아야 할 도구 또한 참 많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 2017.3.12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