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특권층 입단 시험이라는 게 있습니다. 엘리트만이 에너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답니다. 나 역시 소수의 지배 계층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아주 잘나셨군요.
-...(중략) 우리는 세 가지 면을 평가합니다. 지능(여기에는 교양이 포함됩니다), 성격(정직이 포함됩니다), 건강(여기에는 미모가 포함됩니다).
-미모라니요?!
-그렇습니다. 못생긴 사람은 떨어집니다.
-말도 안 돼요!
-지능이나 성격을 따지는 것보다 심한 것은 아닙니다. 지능을 평가하는 것은 미모를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공정한 일입니다. 지능과 미모는 65퍼센트까지는 타고난 특성이거든요. 불공정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죠.
-어째서 아름다워야 엘리트 계층에 속할 수 있는거죠?
-그렇게 화난 사람처럼 굴지 마십시오. 그러한 기준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과거엔 비공식적이었던 걸 공식적으로 만든 것뿐입니다. (p.21)
-갸륵하군요. 결국 이 시대(26세기)의 원칙은 바로 대형화로군요. 암탉이 타조로, 암소가 고래로 대체되니까요.
-결국 이윤의 문젭니다. ...
-...(중략) 이러한 경향, 대형화의 경향이 책이나 출판에도 퍼져있나요? 요즘 책의 크기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그걸 말하자면 무척 길어지는데요. 혹시 20세기에 유럽 사람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을 기억합니까? 어떤 미국의 거물이 성서의 새로운 판을 만들자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성서에서 음울한 대목을 다 없애 버리자고... 신자들이 음침한 구절을 읽어서야 되겠느냐, 고객은 왕이라는 겁니다. 음울하다고 판단된 대목은 삭제되었습니다...
-맙소사! 성서가 아주 작은 책으로 쪼그라들었겠군요.
-그렇죠. 문맥이 안 맞는 소책자만 남았습니다. 욥 이야기는 벼락부자 이야기가 되었어요. 땡전 한 푼 잃은 것이 없죠. 유다가 왜 로마 인들에게서 은전 30냥을 받았는지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예수의 부활 자체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었습니다. 유쾌한 해프닝이 된 거죠. 성서는 이제 백 페이지가 채 안됩니다. 그런데 그게 엄청나게 잘 팔렸습니다.
-믿을 수 없군요.
-사람들이 해피 바이블이라고 부르는 그 성서는 미국 문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략) 언제나 그랬듯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을 실컷 비웃고 난 다음 곧바로 따라했습니다. (p.50)
-...왜냐하면 마르닉스의 아포리즘에는 불투명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이죠.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사이에는 플러스 제로와 마이너스 제로 사이의 차이뿐 다른 차이는 없다> (p.59)
-결혼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결혼은 가장 불결한 계약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그렇게 많이 바뀐 것은 아니군요.
-그렇기는 해요. 결혼 제도는 주택 임대차법을 모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결혼은 3년마다 해약 가능한 계약이 되었습니다.
-뭐라고요?
-그렇게 되었어요. 부부는 3년마다 결혼 생활 갱신 여부를 묻는 서류를 받습니다. 한 사람만 서명하지 않아도 계약은 파기됩니다. ...그런 변화는 불가피했습니다. 이혼이 갈수록 많아졌거든요. 그걸 막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결혼을 갱신할 수 있게, 그러니까 해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나쁘지도 않군요.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부생활은 점점 더 비루해졌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죠. (p.67)
-... 하지만 그토록 빠르게 원자력이 부족하게 된 데는, 인간들이 분명 원자를 지나치게 과시하듯이 남용했다고 상상할 수 있었어요. 그게 좀 마음에 걸렸어요.
-전쟁이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까? 전쟁이 없었다면 더 이상하지 않나요?
-그게 아니에요. 내가 미심쩍어 했던 것은 인류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에요. 우리는 언제나 핵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세상의 종말이니, 인류의 종말이니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간이 그 야만성 속에서 절제하는 방법을 찾아냈던 거죠. 결국에는, <절제하는 야만인>은 인간에 대한 아주 훌륭한 정의거든요.
-당신에 대해서는 아닌가요?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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