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버스를 자세히 봐라. 158번이 보이지? 너는 저 번호를 보고 158번이란 걸 알겠지만 우리는 번호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어. 버스의 모습만 멀리서 봐도 아 저건 158번, 저건 238번, 다 알 수 있지.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면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거야."

 "번호를 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죠?"

 "한 대의 버스는 매일 똑같은 길을 기나게 되어 있어. 똑같은 건물을 지나고, 똑같은 다리를 지나고, 똑같은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그렇게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버스에는 어떤 `정형`이 만들어지고, 버스의 생김새 역시 일정한 방식으로 변모하게 되는 거다. 사람이 환경에 의해 변해가듯 버스 역시 마찬가지란다. 먼지가 많은 도로를 지나는 버스는 먼지의 틀 같은 것이 곳곳에 스며들 수밖에 없지 않겠지. 그런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버스 역시 나름대로 지치는 거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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