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자들은 삼성과 친해지면 덕 볼 게 많다고 여긴다. 사실 그렇다. 친구가 되면 우선 뒤탈 없는 돈을 받을 수 있다. 집에 가전제품도 다 바꿔주고, 휴대폰은 최신형이 나오면 교체해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행사가 열리면 비즈니스 석에 태워서 제일 좋은 호텔에 묵게 해준다. 명절에 떡값, 결혼식 때 축의금을 두둑이 챙겨주고, 기삿거리도 준다. 신문사 내부적으로는 삼성에서 광고 받아와서 커미션을 받을 수 있고, 삼성을 밀어주면 승진하는 데에도 절대 유리하다. 김용철 변호사 폭로 직전 삼성 수뇌부에서 회사를 찾아왔다. 나는 안 만나주고 자리를 피했다. 삼성 수뇌부는 문정우 당시 시사IN 편집국장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광고 협찬 이외에도 삼성이 언론사에게 해줄 수 잇는 게 수십 가지가 넘는다."

 "우리 말고도 김용철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간 것은 모든 언론사에서 안다. 기사는 어차피 나온다. 우리를 막는다고 해도 소용없다."

 "시사IN만 안 나오면 다른 언론사는 절대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모든 언론사에서 '1보 금지'(맨 처음 보도하지 않는다) 묵계가 되어있다."

 묵계라... 삼성의 위력을 실감했다. (98p)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는 "종교가 있든 없든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사람과 악한 일을 하는 나쁜 사람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106p)




 이명박 씨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자 이번에는 소망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 예배도 가고, 아지트도 소망교회 앞 카페로 정했다. 그래서 교회 열심히 다니면 신앙심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도 가끔 받는다. 그 답 대신 여기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별명으로 유명해진 '깔때기'의 어원과 역사를 밝힌다. 깔때기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표현할 방법을 찾다 떠오른 말이다. 설교를 듣다가 언제쯤 돈 얘기를 하겠다 생각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헌금 얘기가 나온다. 어떤 내용의 설교를 하든 어김없이 이 깔때기가 들어온다. 천국에 가려면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정봉주보다 더 자주 들어온다. 그러니 깔때기의 원조는 조용기 목사다. 막상막하로는 오직 조중동 깔때기가 있다. 이들은 어떤 사안이든 나쁜 일이 생기면 북한 때문이다. 아니면 DJ나 노무현 탓이든지. 조중동은 북한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114p)




 2010년 3월 천주교 주교단은 성명서를 내놓았다.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후손이 잘되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신명기 30절)." 2010년 5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가 열렸다. 명동성당 본당에서 시국 미사가 열린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래 23년 만의 일이다. 6월에는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4대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그런데 왜 추기경은 국민이 반대하고, 천주교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나섰을까? 그 이유로 그의 수구적인 정치색과 함께 이권을 꼽는 사람이 많다. 서울교구의 한 신부는 "사적지 명동성당의 재개발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추기경이 4대강 사업 반대 의사를 접은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 신부가 많다"라고 말했다. 2010년 12월 3일 명동성당 주변에 12층과 9층 건물 두 채를 세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개발 사업이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여섯 번이나 부결된 사안이었다. (125p)




괜한 두려움

 조선일보의 힘은 개인의 욕망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나온다. 삼성처럼. 대부분 조선일보를 욕하면서도 잘 보이고 싶어 한다. 지식인들이 특히 그러한데 조선일보에 나오면 대우받고 출세했다고 생각한다. 원고료도 다른 신문사보다 높아서인지 평소에 뭔가 잘 보이면 도움이 될거라 여긴다. 

 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조선일보 90주년 생일선물로 기사를 하나 쓰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별로 안 좋아했다. 굳이 거기하고 싸워야하나, 저놈들이 힘이 센데 혹시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사실 해코지, 없다. 할 수 있는 거, 별로 없다. 조선일보가 괴롭혀봤자 별거 아니다. 전 사원이 다 쪽박 찰 일도 없고 손해는 그냥 좀 감수하면 된다. 그런데 그 조금의 손해를 사람들은 크게 생각한다. 엄청 잘 먹고 잘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면 모를까, 조선일보에게 받을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대하는 태도는 전형적인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건희 회장이 나와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그러면 뭔가 생길 것 같지만 이건희 회장이 나한테 주는 것은 없다. 오히려 내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 갤럭시를 팔아주는 것이다. 옆 동네 건달이 힘이 세면 그 동네가 잘나가는 것 같아서 괜히 주눅 들고 그런 거다. 피해도 이익도 실체가 없다. (157p)




 어떻게 돈에 인생을 몽땅 바치고 노예가 되나. 내 가치, 심하면 나조차도 돈에 쓸려가버리면 이건 멋이 없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에는 돈 이외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있다. 나꼼수 멤버들은 다 돈에 대해서 개념이 없다.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다, 조금밖에 못 먹는다, 이 차이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바라는 것 없는 사람들이 대가 없이 사고를 칠 수 있는 이유다. (207p)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인 양 흘리며 샅샅이 뒤졌음에도 노 전 대통령에게서 이렇다 할 만한 건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검찰이 기소도 못할 건들이었다. 내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나갈 이유가 없었다. 박연차 회장의 돈 5백만 달러 건도 그 돈을 받은 조카사위를 조사할 사안이다. 백번 양보해도 권 여사가 조사 한 번 받으면 충분한 일이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말했다. "부인을 그런 자리에 보낼 수 없다."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다 이렇게 당하고 잇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가겠다." 자기가 대신 검찰에 간 거다. 무슨 일인지도 잘 모르면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도고 신병 처리를 하지 못했다. 질질 끌었다. 영장 청구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은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검찰은 더욱더 여론재판에 매달린 것 아닌가?

 수사 기록을 통째로 까보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잘못했는지 따져보고 싶다. 과연 죽을 만큼 잘못했는지. 내사 중지된 수사 자료는 조사받은 당사자만 열람할 수 있다. 봉하마을에 내려가 권양숙 여사에게 고통스럽겠지만 수사 기록을 복사해 놓으시라고 말씀드렸다.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정연 씨, 건호 씨의 수사 기록도. 역사를 위해서,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구 세력이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나는 문재인 실장과 그 주변의 대응 방식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꼿꼿하고 멋있고 좋다. 좋은 사람인 거 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동네 불량배들한테 훈계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 같다. 그런 사람이 훈계하면 시골 불량배가 말 듣나? 이 새낀 뭐야, 하고 때리면 그냥 맞고 끝나는 거다. 나는 이럴 때는 고고하게 맞는 건 바보짓이라고 생각하다. 맞붙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데 참여정부 쪽 사람들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싸움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때리면 맞고 또 맞으면서 끝까지 고고했다.

 지금 문재인 이사장을 만나 보면 청와대 문재인 실장과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정치적으로 탄압받고, 노무현 대통령 가는 걸 보면서, 권력의 실체를 보고 깨달은 것이 많은 듯하다. 특히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런 체험을 바탕으로 정치판에 나섰기 때문에 그에게 희망이 보인다. (245p)




 ... 그리고 4월 9일 영장실질심사 직전 강 회장(강금원)과 통화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 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정상문이 아침(4월 7일)에 붙들려갔다. 혼자서 책임지려고 거짓말을 할까 봐 대통령이 급히 말했다. 대통령 자신의 일이니까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다. 아랫사람들한테 총대 메게 하고 뒤를 봐주고... 우리는 비겁하게 그런 짓 안 한다.


권양숙 여사가 돈을 달라고 했다는데.

했으니까. 사실이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용돈 받아 쓴 것이다. 대통령 사과는 계산된 말이 아니다. 문제가 되더라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다. 잘했다. 구질구질하게 거짓말하고 부인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답다.


박연차 회장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대통령이 돈 부탁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집을 지을 때 15억 원도 빌리고. 혹시 상의하지 않았나?

그러게 말이다. 차라리 나한테 돈 달라고 하지. 나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강 회장에게 대통령이 계속 돈 달라고 하는 게 미안해서 박 회장에게 부탁한 것은 아닌가?

대통령은 내게 돈 부탁을 하지 않았다. 그래너 나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에게 돈을 준 적 없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수억 원을 주지 않았나?

돈을 줄 당히 희정이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감옥에 갔을 때 추징금을 못 내 고생해서 도와준 것이다. 직업이 없어서 회사 고문 자리를 주고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검은 돈이 아니다. 정치자금과도 다르다. 어려운 사람 도운 게, 빚 갚아준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검찰에서 266억 원을 횡령했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돈의 일부가 노 전 대통령에게 갔다고 의심한다.

난 회사에서 단돈 1원도 횡령한 적 없다. 회사 돈을 가져다가 쓰고 바로 가져다놓았다. 5천만 원 가져가면 그다음 날 갚고, 3억원 빌려서 그다음 날 갚았다. 5년 동안 가져다 쓴 합계가 266역 원이다. 그리고 난 1원도 안 틀리게 바로 다 갚았다. 그런데 검찰은 갚은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한다. 지금 얼마 남았나? 없다. 내 회사다. 그 정도도 못하나. 이런 식으로 문제 삼으면 사업하는 사람 가운데 감옥 안 갈 사람 없을 것이다.


지난 정권(참여정부)에서 사업이 잘되었나.

창신섬유는 정말 좋은 회사였다. 빚도 한 푼 없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서 회사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메인 공장도 정리했다. 이제 회사가 아니라 구멍가게 수준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섬유회사였는지 지난해에는 회사가 생긴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


강 회장 개인으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다. 하는 게 나았다. 잘했다.


노 대통령이 잘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잘했다. 잘하셨지 않은가?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냐. 한 번 (대통령)해서 우리 정치가 바뀌지 않았느냐. 급격히 방향을 되돌리고 훼손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노 전 대통령 측근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돈에 굽실거린 사람은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권을 위해 수사하는 검찰은 문제가 있다. 검찰이 사람을 엮어 넣으려고 백정 노릇을 한다. (247p)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의 말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의 발간 의의를 찾았다. (2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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