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백마 동물병원에서 집까지, 광역버스에서의 1시간을 잘 견뎌주었다.
잘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
식음을 전폐하고 쇼파 뒤에 숨어만 있다. 밥을 먹여야 될 것 같아서 끄집어내려고 했지만 버티고 나오질 않는다. 나중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절대 끄집어내지 말고 스스로 장소에 적응하도록 모른 척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걸 보고 후회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으리 ㅠ
퇴근해서 보니 냥이 화장실에 일을 보지 않고 사람 화장실 하수구 옆에 변을 싸놨다. 이 낯선 곳에서 똥은 마려운데 어디다 싸야하나 고민하다가 제일 화장실같은 냄새를 찾아가서 볼일을 본 것 같았다. 이런 기특한 녀석. 한편으로는 낯선곳에서의 적응을 힘들어하는 이 아이가 불쌍하기도 하다. 내가 괜히 입양해서 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2012-05-07
고다카페와 고양시캣맘모임에서 알게 된 뭉치 임보님의 조언으로 뭉치가 한 장소에서만 지낼 수 있게 박스로 집을 만들고 거실에 있던 식탁과 화장실을 내 방에 들여놓았다. 그 결과 뭉치는 제법 적응을 했는지 간식캔을 싹 비우고 건사료도 잘 먹었다. 냥이 화장실에서 감자 두덩이가 나왔다.
에헤라디야, 이것이 바로 수확의 기쁨이렸다.
감자를 들고 춤을 추었다.
2012-05-09
며칠 전에 시도해 본 브러쉬질에 의외로 그릉그릉그릉그릉. 보, 바위, 보, 바위 손가락을 쫙 폈다 오무렸다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꾹꾹이를 하는 거라고)
좀 친해진 것 같아서 목욕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집 탐방할 때 보일러실에 들어가서 안나오는 바람에 우리집에 온 첫날보다 심하게 꼬질꼬질한 상태였다.
냥이 목욕 전에는 꼭 발톱을 깎아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녀석은 나를 할퀴거나 물 것 같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 피를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냥이 답게 물이 싫긴 싫은지 나가려고 기를 쓰는 바람에 이 녀석이 목욕을 한건지 내가 목욕을 한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나까지 흠뻑 젖고 말았다.
싫어하길래 서둘러 하는 바람에 제대로 잘 씻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목욕을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말리는데 한참 걸리길래 드라이기를 켰더니 도망갔다. 어이구, 어쩔 수 없이 무릎 위로 안아 올려서 수건 여러장으로 파바바박 수제 드라이. 그랬더니 그루밍을 하며 또 그릉그릉그릉그릉. 모터를 돌리는 뭉치군.
꿔다논 보릿자루 신세였던 스크래쳐도 사용해주시고,
이 녀석의 한 쪽 귀가 잘려있는 것은 TNR의 표식이다. 사고를 당해 다리 골절을 당한 이 녀석을 의사샘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입양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하여 '나는 중성화가 된 고양이요~'하고 귀를 잘라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입양됐지롱~
안아 올렸더니 품 안에서 그릉그릉
하악. 훈남 돋네.
경태라는 이름이 어떨까.. 싶었는데, 제법 동거남다운 이름이라는 평을 얻어 그렇게 정했다. 사실 처음 고다카페에서 뭉치 사진을 봤을 때 안경을 쓴 듯한 인상(눈 옆으로 이어지는 아이라인)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영심이의 친구 안경태가 떠올랐던 것 같다.
이렇게 성의 없는 과정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란 것은 경태에게 비밀로 하자.
상처를 받은 녀석이라 잘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놈이 그릉그릉그릉 행복을 온 몸으로 표현해주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있다.
역시 입양하길 잘했다. 잘 살아보세.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릎냥 (0) | 2012.05.18 |
---|---|
찹쌀-뜨억 (0) | 2012.05.11 |
[TED]Will Wright - make toys that make worlds (SPORE) (0) | 2012.04.06 |
ecofriendz (0) | 2012.02.10 |
[TED]Jane McGonigal - Gaming can make a better world (0) | 2011.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