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작하게 되었나?
목과 어깨가 불편한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다 그렇지 않나..' 하고 살던 어느 날,
침을 삼킬 때마다 목 앞쪽의 통증이 심상치가 않아서 회사 근처 정형외과를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찰룸으로 입장.
-여기, 여기, 여기 보이시죠? 경추, 흉추, 요추가 전부 일자네요. 완성형이에요. 같은 나이대 다른 분의 사진이랑 비교해보세요.
-와... 완성!! (짝짝짝)
-아니, 좋아할 일이 아니라...
정형외과 전문의 선생님은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두통과 눈알 통증을 예측하셨고, 그분을 향한 나의 신뢰감은 수직 상승.
-도수치료를 해야겠네요. 상담 받으시고 고민해보세요.
아멘.
십수년전 들어놓은 실비보험은 다행히도 도수 비용을 커버할 수 있었고.
그렇게 도수 치료가 시작되었다.
1회~10회까지
: 통증을 잡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과정
담당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먼저 도수 치료를 40분 진행해주시고 그 다음에 자기장, 전기등의 물리 치료를 받는다.
중간 점검
목과 어깨, 등에 허옇게 끼어(?) 있던 뭉친 근육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틀어진 골반이 조금 나아졌다는 결과를 받았다.
의사쌤의 한마디
-젊음이 좋네요!
-짝짝짝!!! 감사합니다!!! (__)
39세 여러분들은 젊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정형외과에 오시라,
11회부터
: 자세와 스트레칭, 운동 교육
11회차에는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뼈맞추는(?) 작업을 하셨는데 정식 명칭이 뭔지 기억이 안난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뭔가 고문 기계같이 생긴 기계에 엎드려서 골반 교정을 받았다. 소리가 크게 나니 쫄지 말라고 미리 알려주셨는데도 엄청난 소리에 좀 쫄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전자기기로 하는 물리 치료 대신 자세, 스트레칭, 운동 교육을 받게 된다.
이 부분에서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향한 나의 신뢰감 또한 수직 상승하게 되었는데,
내가 서 있는 평소 자세만 보시고도 이 몸뚱아리의 과거 행적과 현재 상태를 너무나 잘 설명해주시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주로 오른 발에 무게를 싣다보니 골반은 이쪽으로 틀어지고 / 골반 불균형 때문에 왼쪽 어깨가 올라가니 상의 목부분이 오른쪽으로 내려가고 / 골반을 앞으로 내밀면서 어깨가 굽으니 자동으로 목이 앞으로 빠지고 / 왼쪽 발에 아치를 못살리니 뼈가 안쪽으로 튀어나와 디디는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 등등등...
아멘... 나미타불... 회개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뼈를 쏙 빼서 쪼그라든 닭발같은 자세로 살아온 것일까나, 의미없는 넋두리를 마지막으로 해보고..
앞으로 꾸준히 할 것
1.근육 풀어주기 (도수치료, 폼롤러, 볼)
2.스트레칭
3.운동
3-1.<바른 자세>를 하기 위해서 몸에게 기억할 신호를 주는 운동 (상,하,중부 승모근을 모으는 운동)
3-2.코어, 기립근을 향상시켜 어거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바른 자세>가 될 수 있게 돕는 근력 운동 (누워서 상체들기, 무릎 굽혀서 다리 한쪽씩 들기, 스쿼트, 런지)
모든 항목은 <바른 자세>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의식적으로 체스트 세우기, 어깨 내리기, 코어에 힘주기를 신경쓰기만 해도
1.하드웨어적(?)으로는 통증이 훨씬 줄어들었으며
2.소프트웨어적(?)으로는 사알짝 당당한 태도까지 갖게 되었다는
그런 훈훈한 후기.
정형외과 선생님과 물리치료사 선생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3.10 일기 (0) | 2024.08.15 |
---|---|
심란의 배출 (0) | 2012.09.19 |
경태군 자는 포즈 모음 (0) | 2012.06.04 |
잘자라 우리아가 (0) | 2012.05.29 |
무릎냥 (0) | 2012.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