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창가 좌석에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서울을 떠난지 10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푸른색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말끔한 포장도로를 벗어나 차가 덜컹덜컹하는 느낌도 좋았다. 가끔 이렇게 아무 연고없이 혼자 서울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 → 홍천 시외버스 터미널 → 두촌 시외버스 터미널 → 장여울

두촌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고 나서 장여울에 들어가는 버스의 시간표를 알아보려 했으나, 아무도 하루에 한두번 다니는 버스의 시간표 따위는 알고 있지 않았다. 나는 왜 당연히 정류장에 시간표와 안내문구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왜 전국의 모든 화장실이 수세식 화장실일거라고 생각했을까) 아아 나는 매끈한 포장도로에 익숙한 서울시민. 그때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조금 재수없게 느껴졌나... 아무튼 그리하여 나는 롱치마 원피스와 쪼리 차림으로 장여울을 향해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여울길과 열녀비)

날씨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방 안에 삼단 접이 우산이 있으니 안심이었다. ... 하지만 그것이 조금 후에 만날 엄청난 폭우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란 걸 그땐 몰랐다.

아무튼 여울물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인도도 없는 1차선 도로를 걷기도 하면서 신이 났더랬다. 온통 물소리와, 벌레소리였다. 사람도 차도 없었다.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혼잣말도 하며 걸었다.

(1차선 도로와 여울물)

중간 중간에 예쁜 집이 많았다. 이 집은 예쁜 입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운치와 여유가 보였다.

(운치있는 집과 해바라기, 천현1리 마을회관 간판)

천현1리 마을회관이 보이자 매우 반가웠다. 장여울까지 반은 넘게 걸어왔다는 뜻이었다. 반가운 마을회관.

(용소계곡 표지판, 물위의 집, 맑은 여울물)

네이버 지도에 '장여울'이라고 찍혀진 '점'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 곳에 있는 건 나를 보고 맹렬히 짖어대는 개 세마리.

 (침입자인가. 왈왈. 멍멍. 컹컹.)

 

(바로 이 곳.. 개 세마리)

(아무도 언제 오는지 모르는 버스의 정류장 간판)

(장여울 풍경)

그 곳엔 땅과 하늘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궈놓은 삶의 터전이 있었다.
왠지 숙연해지는 광경.

장여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를 쫄딱맞았다. 우산의 영향력은 안타깝게도 머리통까지일 뿐이었고 우산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나의 긴 치마는 물을 흠뻑 먹고 매우 무거워졌다. 치마를 돌돌말아 쥐고 앞이 안보일 정도의 폭우를 뚫으며 왔던 길을 한참이나 되돌아 갔다. '나 집에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 무렵 비가 잦아들었다.
그 틈에 찍은, 비를 쫄딱맞은 해바라기.





터미널에 도착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얄궂게도 비가 그쳤다.
마지막으로 두촌터미널. ('두'자밖에 안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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