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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말들 - 재수

by 장삼도 2024. 8. 30.

올 초에 생각을 다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들 중 하나이다. 전자책으로 봤지만 종이책으로 다시 사서 곁에 두면서 자주 꺼내보고 싶은 책. 내 몸과 마음의 컨디션과 관계 없이 무언가를 계속 바쁘게 만들어내야 하는 '직장인 작곡가'의 삶에 공감도, 위로도 많이 되는 글들이어서 이런 귀한 통찰을 나누어 주신 작가님께 늘 감사한 마음이 되곤 한다. 


 

- 지식 습득과 창작 활동을 연결하는 비결은 바로 ‘멈추지 않는 육체적·정신적 움직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번거롭고 불편하면서도 이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한다면 내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과 창작은 바로 이 움직임에서 생겨나며 때로는 움직임 그 자체다.
    


- 사랑은 시간과 정성, 달리 말하면 ‘정확한 관심’을 축적할 때만 지속한다. 우리는 무엇이든 시간을 들여 관심을 가질 때만 그것을 사랑할 수 있다. 정지우,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포르체, 2023)
    


-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도 있겠지만 스트레스가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도 있다. 대부분의 발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스트레스를 스스로 부여하는 활동에서 비롯한다.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자가 회복을 하는 동안 발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발전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스트레스와 자가 회복력의 균형 상태(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가 회복력이 스트레스를 이기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 동근원적同根原的: 원인과 결과로 얘기할 수 없고 두 가지 모두 원인인 동시에 결과가 된다. 유튜브 『채사장 연구소』,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다면」 편
    
    
- 기발함은 나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나면 그것을 발전시키고 차분히 구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어느 순간 ‘나의 가장 큰 방해꾼은 나의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 1년간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동안, 내가 다른 때의 나보다 더 지혜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의 관제탑 역할을 해내고 삶의 목적, 중장기적 목표, 현재의 좌표 등을 점검하며 오류를 수정하기도 하는 나는 평소의 나보다 믿을 만했다. 그래서 나의 기발함과 변덕을 분리해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닝페이지를 쓰며 고민해 봤다. 설계자 모드: 모닝페이지를 쓰는 동안 이 모드가 된다. 설계자 모드에서는 중장기적 목표 설정과 수정, 하루 계획 설정과 수정을 할 수 있다. 실행자 모드: 설계자 모드에서 세운 계획을 충실히 실행한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시간을 제외한 일과의 모든 시간엔 이 모드가 된다. 목표와 계획을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 실제로 이를 적용한 결과, 설계자 모드일 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전체 계획에 악영향을 미치는 즉흥성은 실행자 모드의 원칙을 상기하며 억누를 수 있었다. 각각의 모드에 충실할수록 실행력과 인내력도 좋아졌다. 덕분에 스트레스와 자괴감이 확 줄어들었다.
    
    
-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10분 정도 명상을 하고 있다. 그러면 이전보다 침착해진 상태로 ‘하기 싫다’는 생각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걸 여러 번 경험하면서 모든 활동에는 ‘하기 싫다’의 장벽이 있으며 그 모양과 높낮이가 저마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집중의 난이도별로 활동을 파악하고 분류해 둔다면 ‘하기 싫음’의 벽 앞에서 길을 잃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나의 몇몇 활동을 세 가지로 분류한 결과다(어느 경우든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영상에 잠시라도 눈을 돌린다면 집중 실패로 간주한다).
    
    
- 나 자신을 보물처럼 대하면 나는 강해질 것이다. 줄리아 캐머런, 『아티스트 웨이』(열린책들, 2019)
    
    
- 선으로 묘사했을 때 선의 굵기에 의해 윤곽이 뭉개져 버린다면, 선을 생략하거나 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기에 어떤 부분은 그리지 않아야 더 잘 그려진다. 이것이 생략된 선이 그림에서 아름답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리지 않아야 그려지는 선이 있다. 말이나 행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글쓰기를 하면서도 비슷한 걸 느낀다. 필요한 타이밍에 정확한 표현을 찾아낼 때면, 어떤 힘이 생겨나서 생각을 앞으로 확 나아가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정확한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 글쓰기의 외적인 정확함이라면, 솔직함이야말로 글쓰기의 내적인 정확함 아닐까? 솔직함은 군더더기가 없기에 정확함과 닿아 있다. 정확한 표현을 찾아 솔직하게 쓰는 과정에서 내가 더 정확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 그러니, 힘들고 어려운 것을 굳이 추구해도 된다. 창작 과정에서 겪는 고생은 이미 그 자체로 귀한 가치이니까.
    
    
- 온라인, 특히 SNS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창작물과 모작이 동일한 기준에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좋아요’나 팔로워 수가 창작자의 오리지널리티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실력이 유명세가 되는 게 아니라 유명세가 실력이 되는 경우가 많은 시대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그 차이를 느끼고 있고, 곧 알게 될 것이다
    
    
- 쾌락과 고통의 시소게임을 이해하고 이로운 고통으로 이로운 쾌락을, 즉각적 보상보다 지연된 보상을 추구함으로써 몸과 정신에 좋은 것들로 하루를 채운다. 이러한 활동이 뇌의 바깥쪽 피질에서 뇌 깊숙이 위치한 골프공 크기의 기저핵으로 ‘내면화’한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렇게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내 아침 루틴, 특히 운동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 사실 최고가 되려고 야심 차게 한 작업은 모두 시원찮은 결과를 가져왔고, 사랑에 푹 빠져 즐겁게 한 작업은 그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 이런 식으로 그릴 땐 ‘이렇게 하는 순간 뻔해진다’는 알아챔이 유일한 기준이 된다. 그 미묘한 기준이야말로 나만의 그림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동력원이다.
    
    
-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정통적인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다. 뼈대를 잡고 형태와 윤곽을 잡는 순서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이 완성에 다가갈수록 처음의 생생함은 사라지고 점점 뻔한 그림이 된다. 나는 변덕스럽고 예민한 기질이 강해,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몹시 힘들고 지루하다. 그래서 한 장의 그림 안에 수많은 선을 차곡차곡 쌓는 그림보다는 수많은 연습이 누적된, 간결하고 감각적인 선을 활용한 그림을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이런 방향으로 그림 실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조차 몰랐던 새로운 선의 흐름을 자주 발견할 수 있도록 우연을 더 많이 만드는 방식의 그리기를 택했다. 이 지점에서 수작업 도구가 큰 역할을 했다. 디지털 도구의 정확함은 감각적 그리기를 할 때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어쩌다 새로운 선의 흐름을 발견하는 우연은 부정확성, 불편함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것임을 수작업 도구를 사용하면서 알게 됐다.
    
    
- 기간을 다양하게 설정해 두고 효율 및 성과의 차이를 실험해 본 결과, 대체로 맨 먼저 하게 되는 활동에 가장 질 좋은 의지력이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창작 활동의 경우 ‘자, 이제 주요 업무인 창작 활동을 할 거야’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순간, 일에 대한 진입 장벽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특성이 있었다.
    
    
- 그렇게 식사 시간에는 영상을 보지 않는다는 원칙이 하나 더 생겼다.
    
    
- 1. 노트 세 권을 준비한다. 2. 첫 번째 노트에 모닝페이지를 쓴다. 3. 2번에서 발견한 번뜩임이 있다면, 두 번째 노트에 그에 관해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한다. 4. 세 번째 노트의 페이지를 반으로 접었다가 편다. 왼쪽에는 대강의 얼개라든지 편집 주안점 등을 간단히 쓰고, 그것을 나침반 삼아 오른쪽에 구조와 내용에 더 집중해서 다시 쓴다. 5. 타이핑으로 정리한다. 최대한 짧고 명료하게 쓰는 데 집중해서 마무리한다.
    
    
- 어제 나는 미루던 일을 다 마친 뒤의 홀가분한 내 마음 상태를 잠깐 상상했다. 그랬더니 마법처럼 움직일 힘이 생겨났다. 그렇게나 미루던 일들을 하루 만에 뚝딱 해치웠다. 이 과정이 너무도 신속했기에 신기한 마음으로 곱씹어 보는 중이다. 미래의 내 마음에 잠깐 다녀왔을 뿐인데, 불쑥 ‘그냥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몸을 움직였다. 상상이 일상을 정돈한 셈이다.
    
    
- 지금의 내가 완성으로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의심해 본다. 완성이란 추구하던 지점에 도달해 멈춰 버리는 부분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멈춰 있는 것이 완성이라고 생각하니 재미없고 맥이 빠진다.
    
    
- 글과 그림은 생각 이후에 가능한 활동이라고 여겨 왔다. 이제는 아니다. 쓰고 그리는 과정이 곧 생각이자 생각의 기술임을 알게 됐다. 쓰는 동안 생각이 일어난다. 쓰는 게 곧 생각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려지지 않은 그림보다 그려진 그림에서 더욱더 구체적인 계획이 생겨난다. 그리는 것 또한 선, 색, 형태에 관한 생각이다. 이 점을 알게 된 뒤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쓰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 우선 의지력만으로 해낼 수 있다는 자만과 자기과신을 버렸다. 그리고 갖고 싶은 루틴이나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활동을 일정 기간 ‘기적의 구간’에 담갔다가 뺐다.
    
    
- 걷기 편한 신발을 사고, 바른 자세로 걷는 영상을 찾아보며 연습하고, 걷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즐겨 다니는 길 이름을 멋대로 지어내기도 하면서(겹벚꽃나무가 있는 길은 걸을 때 생각이 많이 피어나서 ‘겹생각길’로, 글 작업하는 카페에 가는 길은 ‘문장 줍는 길’로.) 나만의 걷기 루틴을 만들었다.
    
    
- 정중하게 쓰는 동안에는 재미 속에 도사리는 유해함을 걸러 낼 수 있었다.
    
    
체력 만들기, 아침 시간 확보, 몰입.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면 시간을 만들고 아끼고 확장할 수 있다.
    
    
- 하기로 했던 활동의 절반도 못 끝낸 채 하루를 마감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해야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까? 이 무렵 내가 쓴 모닝페이지엔 시간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그러다가 내가 고민해 온 시간이란, ‘무언가를 집중해서 학습하거나 창작하는 의지력이 지속되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하루를 24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집중력과 의지력을 키워 허투루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가능했다. 그게 곧 시간을 버는 일이자, 시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게으름과 귀찮음은 어쩌면 성향이나 성격이 아니라 단지 활력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일단 활력을 만들면 게으름과 귀찮음은 쉽게 걷어 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익숙하고 강렬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