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뉴튼 하워드 (James Newton Howard, 1951~)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전통 클래식에 바탕을 둔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 영화음악과 세계적인 수준의 프로듀서로서 큰 발자취를 남겨온 인물이다. 그는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서 다양한 타입의 서양 음악의 조합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 열정과 호기심이 그로 하여금 다양하고 방대한 음악적 접촉과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는 <엘튼 존의 음악에서 스트링 편곡 담당>(1970년대)과 <유혹의 선>(Flatliners, 1990) 이 두 작품에서 공격적이고 현대적인 오케스트라를 사용하였고, <도망자>(The Fugitive, 1993),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 1994), <함정>(Just cause, 1995),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 <워터월드>(Waterworld, 1995) 이 다섯 작품으로 오스카 영화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영화와 절묘하게 떨어지는 마법과 같은 음악, 아주 섬세한 감정까지도 음악으로 그려낼 줄 아는 그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 1990),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1991), <마이 걸>(My Girl 1991), <데이브>(Dave, 1993), <프렌치 키스>(French Kiss, 1995),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My Best Friend's Wedding, 1997)과 같은 작품들을 하며, 감동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음악들을 많이 작업하였다.
그리고 <킹 랄프>(King Ralph, 1991), <주니어>(Junior, 1994), <스페이스 잼>(Space Jam, 1996)에서는 하워드만의 타고난 재능과 감각으로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요구되는 음악 작업도 하였다.
<사랑을 위하여>(Dying young, 1991), <세인트 오브 뉴욕>(The Saint of Fort Washington, 1993), <포스트 맨>(The Postman, 1998)에서는 미스테리하면서도 예시적인 내용이 많이 내포된 그의 음악 성향이 보인다.
또한, <죽음의 표적>(Marked for Death, 1993), <비공개>(Guilty by Suspicion, 1991), <얼라이브>(Alive, 1993), <폴링 다운>(Falling down, 1993), <마지막 연인>(Intersection, 1994),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 1996),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 1997)등에서 쓰인 곡들은 하워드를 서스펜스와 긴장감 있는, 그리고 어둡고 강렬한 음악 장르의 거장으로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하워드의 음악은 또한 <대니의 질투>(The Man in the Moon, 1991), 오스카 영화음악상 후보였던 <사랑과 추억>(The Prince of Tides, 1991), 그리고<레스터레이션>(Restoration, 1996)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주로 어쿠스틱한 악기들과 전자 사운드를 섞어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컬러가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노래 테마로 우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제 LA 외곽에 위치한, 최첨단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함께한 인터뷰를 통해 그의 최고의 음악들을 함께 살펴보자.
Q 당신은 요즘 시대에 맞는 성향, 또 현대 무조음악, 그리고 고도의 테크노 템포 스타일의 음악들을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아는 보기 드문 능력을 가졌다. 예를 들어, <사랑과 추억>(The Prince of Tides, 1991)과 <대니의 질투>(The Man in the Moon, 1991)에서는 굉장히 호소력 있고 감정을 끌어내는 테마를 선보였다. <대니의 질투>에서는 적당히 간략하면서도 명확하게, 그리고 심플하게 작업을 하여 더욱 무게감 있고 스토리성이 있으며 통찰력이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테마들은 작업하기 쉬웠는가, 아니면 맞는 테마를 잡기 위해 굉장히 노력이 필요했는가?
A 이런 작업들은 본질적으로, 무의식 중의 과정을 일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한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곡을 작업하는 데에 있어서, 무엇보다 선율 작업을 신뢰하는데, 이 작업 과정이 사실적으로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는 무조건 테마를 쫓기보다는 작업하면서 곡의 과정과 순서에 더 중점을 둔다. 테마 그 자체를 억지로 유도하지 않아도 테마 자체의 본질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하는 편이다.
Q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건축물에서는 거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있고 정확한 구조적 발전이 필요하다. 곡 작업을 하는데에도 유사한 건축학적 구조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테마의 형성과 방향을 제시하는가?
A 곡을 쓰는 것은 나에게 상대적으로 간단하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거의 모든 곡을 '테마가 왕이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해간다. 그래서 너무 많은 것을 꺼내기 전에 테마적인 요소들을 먼저 가져가도록 노력한다. 테마가 아닌 요소들을 곡의 전반에 너무 사용해버리면, 나중에 그 요소들이 정말 필요한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테마를 곡의 전반에 충분히 사용하도록 시도한다.
Q 당신의 음악에서, 보다 추상적이고 테마가 아닌 요소, 또는 액션 부분은 메인 테마에서 파생된 것인가?
A 가끔은 그렇다. 아마도 내가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고, 클래식 영화음악 작곡자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테마적인 요소가 항상 나타나지 않는다면 적어도 흥얼거리거나 휘파람을 불 수 있는 요소가 영화에서 조금은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구성 과정을 의식하면서 작업한 적은 전혀 없다. 전체적으로 구성된 테마를 본능적으로 느낄 뿐이다. 이런 것들이 나의 약점이기도 한다. 내가 작업해왔던 곡들을 되돌아보면 나의 취향이 진하게 묻어 있는데, 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선율적이고 테마적인 요소들이 너무 자주 나온다.
Q 예를 들자면?
A 예를 들자면, 심지어 그냥 단순히 메인 테마를 많이 사용하는수준이 아니라, 아예 음악 자체가 자연스럽게 테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과다한 선율적인 사용이 지루한 형태로까지 이어진다. 최근에 들어서야 겨우 나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곡을 쓸 수 있게 되었는데 대위법적 작곡방식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멜로디는 적게 사용하고, 대위적인 선율의 진행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멜로디와 테마 그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곡 전체의 짜임새를 더 파고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Q 그 대위법적인 진행은 최근 작업한 <워터월드>(Waterworld, 1995)와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에서 확연히 나타나는 것 같다.
A 그렇다, 알아봐줘서 기쁘다. 이번 작업을 하는 동안 대위법적인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이 시도는 내가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식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더 가능하였다. 내가 그 부분에서는 준비되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Q 작곡가로서 일을 시작할 때 활동 초반에는, 가볍고 로맨틱한 주로 십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관계 중심의 내용을 가진 가벼운 영화 소재 스타일의 작곡가는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그런 부류의 영화음악 작업을 꽤 하였다. 또한, 1990년대로 옮겨오면서 액션, 공상 영화, 블랙 코미디에서부터 서부 스타일의 영화까지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작업을 하였다. 수많은 곡들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장르들의 영화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워드의 곡'이라는 색깔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리고 그동안 작업해왔던, 한편으로 가벼울 수 있는 틴에이져 영화(teen movie)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무던히 노력했을 것 같다.
A 그렇다, 한동안 나는 나의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의 틀에 박혀 있었고, 그 틀을 벗어나기 두렵기도 했다. 액션 영화음악을 하기가 많이 부담됐다. 첫째로, 나의 오랜 틀을 벗어나기가 힘들었고, 둘째로, 액션 영화의 음악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작곡가들에게, 작업하기 쉽지 않기로 평이 나 있었다. 특히 액션 영화 음악은 잘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액션 영화음악을 잘 만든다는것은 단지 음악에 대한 재주나 잘하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액션 영화에서는 교묘하게 음악을 숨기기가 어렵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없다. 액션 영화에는 어느 정도 정해진 표현법이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의 영화보다는 확연하게 제한적이다. 로맨틱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음악이 적당히 깔리면 사람이 자연스레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용과는 별개로 그 안에서 음악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갖기 쉽고, 또 적절한 음악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액션 영화에서는 음악이 조금이라도 아닌 것 같으면, 그것은 정말 아닌 것 틀린 것이다.
Q 가볍고 다루기 쉬운 로맨스 영화 장르에서 액션 장르로 옮기게 많은 구체적인 계기가 된 영화가 있나?
A 사실 그 과정은 길고 더딘 과정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액션 장르에 풋내기였던 나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운 경험이었다. 나는 늦게 성장한 편이었다.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작곡가인 엘리엇 골든탈(Elliot Goldenthal)은 음악에 자신의 강한 영향력이 있고, 두세 작품 정도에서 놀라울 만한 소리를 뽑아내었다. 아마도 그는 이미 콘서트 음악과 오케스트라 규모의 음악에 익숙하고 단단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는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앗다. 아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세련된 곡을 만들기까지 15곡 정도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나마 큰 성과를 이룬 작업도 있었다. 그것은 <유혹의 선>(Flatliners, 1990) 이라는 작품이다. 흔치않은 기회였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큰 도화지에 그려낸 작품과도 같다. 처음으로 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도입하고, 다양한 전자음악 소리와 타악기적인 요소들을 이에 덧입혀 작업한 영화였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이와 비슷한 큰 규모의 곡을 작업해서 <폴링 다운>(Falling down, 1993)과 <도망자>(The Fugitive, 1993)등의 작품이 나왔다. 도망자 이후로 나에게 '액션 가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 그리고는 <함정>(Just cause, 1995), <아웃브레이크> 등 수많은 작품이 나왔다.
Q 그렇게 액션 영화 작업에 몰입하던 시기에 로맨스 영화 작업의 제안도 있었나?
A 몇몇 작품들이 들어왔었다. 그러나 대부분 맘에 들지 않았다. 보통 할리우드의 정상급 작곡가들은 많은 영화음악 제의가 항상 들어오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좋은 로맨스 영화 제안을 받았더라면 작업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좋은 작품들을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
Q 대규모의 중세 유럽풍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사용한 영화 <유혹의 선>은 하워드 당신의 음악 스타일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이고 눈에 띄는 변화였다고 본다. 이렇게 만족할 만한 큰 스케일의 작업을 할 기회가 더 많은가? 아니면, 이런 악기 편성의 규모 면에서 한계를 더 많이 접하는가?
A 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가끔 제한적일 때도 있지만, 주로 가능한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 영화 <워터월드>와 <아웃브레이크>에서는 전혀 제한된 부분이 없었다. <프렌치 키스>같은 영화에서 이해할 만한 제한이 있었다. 왜냐하면 작업 현장이 프랑스 파리였고,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를 접하다 보면 내가 이해하고 인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제한적이지 않다'라는 의미는 내가 사용하고 싶은 만큼의 큰 규모, 또는 내가 필요한 만큼의 최대한 작은 규모,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작업 기간,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악기등의 모든 의미를 포함한다.
Q 어느 제작자나 감독도 당신의 작업에 일일이 관여하고 참견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A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철두철미하게 작곡가에게 최고의 것을 뽑아내길 원한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만의 원칙이 있는데, 나의 음악 작업은 영화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작업한다는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감독이나 제작자의 관여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Q 영화 <밤 그리고 도시>(Night and the City)로 화제를 돌려보자.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보자마자, 프란츠 왁스만(Franz Waxman)의 다크필름(dark film)과 괴상한 소리의 음악이 곁들어진 리차드 워드마크(Richard Widmark) 오리지널 버전의 팬이 되었다. 당신의 버전은 '울리불리'(Wooly Bully)로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은 왁스만에서 '울리불리'로 바뀌었는데, 그 영화에서 스코어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그 작업은 힘든 경험이었는가? 원작을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현대음악적으로 하려고 했었는가? 1
A 말하기 정말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원작을 전혀 본 적이 없다. 이 영화에서의 음악 작업은 그냥 내가 보고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대로 하였다. 영화 속에 담긴 굉장히 폭력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며 예리하고 새로운 시도, 그리고 기타 사운드에 기초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내가 이 영화를 위해 작업한 많은 음악이 쓰이지 않았고, 대신 많은 노래가 사용되었다.
사실 이 작업에 대한 호응이 그다지 좋지는 못했는데 이 영화에 대해 물어보다니 흥미롭다. 이 영화에서 음악이 혼란 그 자체를 느끼게 하고 대변하기를 원했다. 스토리로 볼 때 한 남자의 삶이 완전히 망가지고 자신조차 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을 다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내가 작업한 음악이 그 캐릭터에게는 약간은 과한 생동감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다. 오케스트라 음악이 아마도 그 영화를 표현하기에 더 좋았을 것 같다. 모르겠다, 아직도 어렵다. 하지만 작업하는 동안 많이 배우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꽤 좋은 부분들도 있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하게 타악기와 기타 작업에 의한 대단히 실험적인 음악이라는것이다. 지금 와서 다시 들어보면 조금은 싫증나고 평범할 수도 있다.
Q 마지막 몇 개의 작품에서는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부분이 급속히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스티나토, 불규칙한 박자들, 그리고 재미있고 리드미컬한 요소들을 사용하여 실험적인 사운드를 많이 만들어냈다.
A 그렇다. 사실 나는 한동안 5/8박자에 상당히 집착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박자 패턴에서 벗어나는데 일 년 정도 어려움을 겪었다. 5박자를 4박자로 느낄 정도로 나는 5/8박자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이 박자를 처음으로 접했다면 상당히 어색한 박자로 느꼈을 것이다. 영화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 1994)에서는 5/8박자로 곡을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큰 실수였던 것 같다.
Q 영화 <아웃브레이크>에서는 많은 군대 장면들에 5/8박자의 음악이 쓰여졌다. 아마도 이런 접근은 전형적인 군대 장면의 틀에서 벗어난 작업이었던 것 같다.
A 그렇다, 정말 그 틀을 깼다.
Q 최근 몇 년 동안, 당신은 리듬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행보를 보였다. 우선적으로 당신은 5/8박자를 가장 선호하고, 아마도 그 다음은 3/4 그리고 2/4 그 다음은 7/8박자인 것 같다. 때때로 당신의 음악은 스토리 드라마틱한 표현을 할수 있는 정박의 리듬을 찾거나 박자를 맞추기가 어렵다. 영화 <함정>의 자동차 추격신에서 한가지 특이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미국의 어느 오케스트라라도 연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웅장한 4박자 리듬이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단지 녹음 과정에서 작은 볼륨으로 녹음했기 때문인가?
A 그렇다. 사실 난 그 부분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에서야 뭐라 언급할 수 없지만 녹음은 뉴욕에서 이뤄졌고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주로 일하는 뮤직에디터인 짐 웨이드만(Jim Weidman)은 당시 그 영화에 같이 참여하지 않았는데, 내 기억으로는 영화 <주니어>(Junior, 1994)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렵에 우리는 모두 스케줄이 겹쳐 있었다. 우리 둘 중 아무도 녹음 현장에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이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CD 버전이 따로 나왔다면 더욱 신경쓰지 않는다. 만약 CD로 나오지도 않고 그 음악이 어떻게든 기억되지 않는다면, 사람은 아마 영화음악을 거의 들을 수 없는 영화만을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Q 예를 들자면?
A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내가 꽤 귀여운 테마를 썼는데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영화 <귀여운 여인>이 있다. 나는 그 테마를 내 친구인 뮤직에디터 돈 짐머만(Don Zimmerman)에게 주었다. 그는 영화 <사랑과 추억>(The Prince of Tides, 1990)음악 작업 기회를 내게 주려고 꽤 애썼다. 전체 3분 30초 길이의 '보이스 오버였는데 이 작업이 성공적이었고 매우 훌륭했다. 그 테마는 <귀여운 여인>에서보다 <사랑과 추억>에 훨씬 더 잘 어울렸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굉장한 역할을 했다. 2
Q 또 다른 자동차 추격신이 있는 영화 <사랑과 추억>에서는 음악이 거침없다. 특히,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이런 장면에 전형적인 접근 방법인 '음악을 잠시 빼는 것'을 제외하고는 음악이 상당히 역동적이다. 처음 이러한 부분을 접했을 때, "그래, 여기서는 당연히 음악이 없어야지." 하는 아이디어는 우연적으로 나타나는가? 아니면 반대로 대부분 사람이 이 부분에서는 음악이 없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음악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심하는가?
A 두 경우 다 고민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정말 우연히 혹은 저절로 주어지는 경우는 없지만, 때론 내 본능적인 감각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쉽게 말해서 나는 작업에 있어서 수많은 안과 밖, 시작과 멈춤, 포인트 부분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들을 경험했다. 특히 코미디는 보고 또 반복해서 본다. 그러다보니 그 분야를 잘 다루고 많은 코미디 작품 제안도 받는다. 너무 많긴 하지만.
Q 그래도 당신은 코미디 작품의 음악에 대해서는 꽤 타고난 당신만의 접근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주니어>에서 괴상한 실험을 시작하는 실험실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은 괴상한 공상과학 분위기인데 음악으로 굉장히 귀엽고 순수한 면으로 이끌었다. 아무리 이상하고 무서운 장면일지라도 당신은 그 장면에 딱 맞는 화음 음정, 악기편성을 바로 알아낸다.
A 그렇게 되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려고 노력중이다. 코미디 분야도 어려운 장르 중 하나이다. 코미디 작품에서도 내 나름대로 발전이 있었다. <주니어>같은 경우는 표현하기 정말 좋은 몇몇 장면들이 있었다.
Q 영화 <함정> 중반 부분에 에드 해리스(Ed Harris)가 등장하면서, 긴장감 있는 음악이 곧 바비(Bobby)의 세포가 바뀌는 부분에 쓰인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이 숀 코네리(Sean Connery)와 그의 아내가 등장하는 장면, 그리고 완전히 다른 내용의 장면이 바로 그 다음 장면으로 이어져 등장한다. 이 각각의 장면에 완전히 다른 음악을 사용하였지만, 모든 장면을 하나로 엮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네리의 변화, 받아들임, 그가 직면하는 상황 등 테마적인 요소와 동기를 혼합하는데 있어서 바그너풍의 음악적 요소를 사용하였는데, 어떻게 접근할지 얼마나 고민했는가?
A 나는 테마적인 요소들을 각각 인물 캐릭터에 입히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은 그런 요소들을 더 많이 사용해도 좋을 것 같긴 하다. 질문한 '장면 연결'의 경우는 간단히 사건의 일련성과 연관이 있다. 테마적인 면에서, 연속적인 이야기의 실마리를 나타내려고 시도했다. 애드 해리스가 영화에서 노래한 곡을 내가 썼는데, 그 곡은 정말로 좋은 곡이 아니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왜 그렇게 곡이 안좋았는지 모르겠고 재미도 없었다. 영화감독은 뉴욕에, 나는 다른 곳에 있었고, 원래 작업하기로 한 에디터가 작업에 투입되기 3주 전에 해고되었다. 그 다음으로 고용된 에디터와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내가 지정한 장면과 박자에 괴상한 짓을 해놓았다. 그는 두 세 장면 정도를 한꺼번에 꺼내어 동시에 작업하였다. 그 상황을 다루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 당시 영화 <회복>(Restoration, 1995)의 작업에 돌입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영화 <함정>작업이 너무 진전이 안되고 어려워서 런던에서 있었던 <회복>녹음 현장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함정>작업은 매순간 절대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말 에너지를 다 소진할 정도로 힘들게 작업에 임했다.